나목 김화숙
그토록 훌훌
벗어 버리고 싶었나 보다
올곧은 심지 곧추세우고
한 겹 두 겹 벗어 버릴 때마다
텅 빈 가지에
기억은 붉게 타는데
희나리 같은 마음
살다 보면 혹독한 겨울
수십 번 맞는데
또 한 설렘 차오르는
수십 번의 봄도 맞으리라
혹독한 추위도 계절에 불과한 것
한고비 능선을 넘고 나면
훈풍 불겠지
강인한 심지로
훌훌 벗어버린 빈 몸에
연둣빛 물 오름 새 옷을 입을 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