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를 버릴 수 없다
어느 고승 문하에 백여 명의 제자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한 문하생이 동료의 물건을 훔치는 사건이 생겼습니다. 동료들이 그를 쫓아내자고 했으나 고승은 거절했습니다.
얼마 후, 도난 사건이 또 생기자 문하생들이 들고 일어나 그를 내쫓지 않으면 자기들이 나가겠다고 항의했습니다.
고승은 전 문하생을 불러놓고 단호히 말했습니다.
“그래, 너희들은 현명하다. 옳고 그른 것을 분별할 능력은 하늘이 내린 복이다. 너희들은 어디를 가더라도 잘못됨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옳고 그름을 분별하지 못하는 이 녀석을 내가 가르치지 않고 쫓아낸다면 어디서 무엇을 배워 구제 받겠느냐? 너희들 모두가 이 절을 떠난다 해도 나는 이 녀석을 포기할 수 없다.”
-김원각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