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잎 로 돌아가다 박경수
나는 꽃입니다
빈 들에 둥지를 틀고
해 따라 바람 따라
왔다가 가는 것이
나의 길입니다
내가 머무는 자리마다
당신이 행복할 수 있다면
나는 하루 종일 발뒤꿈치 들어
그대를 바라볼 겁니다
당신의 웃음 너머 고인 한숨
꽃잎 속에 거두려 합니다
더 오래 있지 못해
더 많이 사랑하지 못해
나는 매순간 눈물 짓습니다
사랑합니다 그대여
달빛은 빛나는데
그대 길을 잃을까 노심초사
밤을 지샙니다
나 떠난 빈 자리에서
너무 오래 슬퍼하진 마세요
나는 당신을 잊는 게 아닙니다
허락된 만남이 길지 않음에
떠나야 하는 나를
부디 헤아려 주세요
꽃자루 끝 솜털 같은
머리를 매만지며
먼 길을 떠납니다
몇 번이고 되풀이되는 윤회
당신을 처음 본 無의 우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