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밭의

꽃밭의
꽃밭의


꽃밭의

노래가 낫기는 그중 나아도

구름까지 갔다간 되돌아오고,

네 발굽을 쳐 달려간 말은

바닷가에 가 멎어버렸다.

활로 잡은 산돼지. 매(鷹)로 잡은 산새들에도

이제는 벌써 입맛을 잃었다.

꽃아, 아침마다 개벽하는 꽃아

네가 좋기는 제일 좋아도,

물낯바닥에 얼굴이나 비추는

헤엄도 모르는 아이와 같이

나는 네 닫힌 문에 기대섰을 뿐이다.

문 열어라 꽃아. 문 열어라 꽃아.

벼락과 해일만이 길일지라도

문 열어라 꽃아. 문 열어라 꽃아.

-서정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