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그늘 최정민

꽃그늘 최정민
꽃그늘 최정민


꽃그늘 최정민

무수히 긴 이야기였던가

물컹거리는 시간이 사라진 빈터에

장송 하나가 빗물에 허허롭게 섰다

와르르 토해낼 것만 같은 마타리 꽃 무리가

몽실몽실 허공에 부푼다

눈물겹게 탈피를 꿈꾸는

고독

살아내기 힘겨운 지독한 세상

모질게도 살아낸 이끼가 돌 틈 사이 세월을 깁듯이

어둠을 쓸어내리는 늦가을 밤은

허벅지에서 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