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김순옥
국도변에
영접하듯 늘어선 접시꽃들
순간을 스쳐가는
시간, 차, 나에게로 다가선다
만면으로 활짝
접시에 넘치는 빛나는 햇살들
차린 것은 없지만 다음에 또 오시라고
취약해진 누선淚腺의 약점을 건드린다
아름다운 접시에 담긴
눈부신 햇살 속에는
젊음을 건너던 넘치던 편린들이
주르르 쏟아져 내린다
빛나던 태양, 불타던 칸나, 왕성하던
녹음, 생의 절정을 치다르던 매미…..
산 들 강 흰 구름 수평선 파도 백사장
노을 밤 하늘의 별들이 꿈들이…..
마음의 뒤란에 던져두었던
멋쩍은 퍼즐 조각들이 일어선다
망각과 분실의 시간들
그늘 한 자락 못 드리워
서성거리는 내 이정표를 향해
달콤하게 공략해 오는 접시꽃들
그래 공략 당하리라 기꺼이
길 위에 나서 길 위에 죽는 삶
접시꽃 핀 이 길이
다시 찾고싶은 길이 되어
내 눈에 엄중한
태양이 허락하는 한
맨발로 가야하는 그날까지
가야하는 길
지난하게 마음을 헐어 내도
혹은 자의로 가는 길이 아닐지라도
뜻은 깊었듯이
그 날이 그 날 같아도
무소의 뿔처럼 가야하는 길 위에서
그때는 왜 몰랐을까
저 접시꽃들이 뜨거운 태양을 안고
웃고 있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