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약 이윤선
새끼손가락 걸고 약속해야 아나요
한마디 말하지 않겠어요
꽃도 아닌데 나무도 아닌데
우습지요
예전처럼 망아지였다면
새끼손가락 걸고 약속하고
실반지 하나라도 끼워달라 했을 거예요
눈으로 살짝이 말하고 싶고
잔기침으로 말하고 싶어졌어요
재작년 가을이
작년 가을이 살짝이 가르쳐 주었어요
있을 때 잘하고 싶은 마음 굴뚝 같아도
금년 가을은 살며시 나뭇잎처럼
빨갛게 물만 들겠어요
나도 모르게 점점 목이 긴 사슴이 되어도
가을이 오면
아무 일 없듯이 긴 목을 세우고 새끼손가락
걸지 않아도 기다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