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 시간 서형오
오늘 5교시 문학 시간에
《춘향전》을 배웠다
거지 행색을 하고
남원으로 내려온 이몽룡이
향단이가 차려온 밥상을 보고
“밥아, 너 본 지 오래로구나.”
하면서 비벼서는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먹었다 한다
나는 탐관오리를 벌하기 위해
신분을 감추어야 하는 암행어사도 아니고
진짜 거지도 아닌데
밥을 볼 때마다
참 오랜만이라는 생각이 든다
딩디디딩 딩디디딩~
귀가 번쩍!
4교시 끄트머리에 울리는 벨소리가
“암행어사 출도야!”로 들리고
육모방망이 대신 수저통을 들고
식당으로 내달리는 내가
마음씨 나쁜 수령들을 잡듯
순살 치킨, 삼겹살 오븐구이, 참치 마요
잡으러 가는 사령이라는 생각이 든다
♨ 소식받기 ▷ Artist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