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 시간 서형오

급식 시간 서형오
급식 시간 서형오


급식 시간 서형오

오늘 5교시 문학 시간에

《춘향전》을 배웠다

거지 행색을 하고

남원으로 내려온 이몽룡이

향단이가 차려온 밥상을 보고

“밥아, 너 본 지 오래로구나.”

하면서 비벼서는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먹었다 한다

나는 탐관오리를 벌하기 위해

신분을 감추어야 하는 암행어사도 아니고

진짜 거지도 아닌데

밥을 볼 때마다

참 오랜만이라는 생각이 든다

딩디디딩 딩디디딩~

귀가 번쩍!

4교시 끄트머리에 울리는 벨소리가

“암행어사 출도야!”로 들리고

육모방망이 대신 수저통을 들고

식당으로 내달리는 내가

마음씨 나쁜 수령들을 잡듯

순살 치킨, 삼겹살 오븐구이, 참치 마요

잡으러 가는 사령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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