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볼 수 없네 이용철

그림자 볼 수 없네 이용철
그림자 볼 수 없네 이용철


그림자 볼 수 없네 이용철

아침에 뒷산 오르다가

나뭇잎 한 장 끌고 가는

개미 형제를 보았네.

이슬에 젖은 잎을 옮기는

형제는 온몸이 땀으로 젖었네.

어디로 가는 걸까

지붕을 고치는 걸까

길을 멈추고 길을 보았네.

문득

개미보다 더 부지런히

신의 선물을 배달하는

택배기사가 떠올랐네.

가로등 밑 젖은 몸 말리며

달빛 안고 돌아가는 뒤꿈치에

귀뚜라미가 울고 있었네.

낡은 트럭에 쌓여 있는 짐

신의 선물이 아니라

개미가 끌고 가는 나뭇잎 같은 것

시간이 목숨인 배달 전쟁

개미 형제처럼 택배기사는

자신의 그림자 볼 수 없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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