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볼 수 없네 이용철
아침에 뒷산 오르다가
나뭇잎 한 장 끌고 가는
개미 형제를 보았네.
이슬에 젖은 잎을 옮기는
형제는 온몸이 땀으로 젖었네.
어디로 가는 걸까
지붕을 고치는 걸까
길을 멈추고 길을 보았네.
문득
개미보다 더 부지런히
신의 선물을 배달하는
택배기사가 떠올랐네.
가로등 밑 젖은 몸 말리며
달빛 안고 돌아가는 뒤꿈치에
귀뚜라미가 울고 있었네.
낡은 트럭에 쌓여 있는 짐
신의 선물이 아니라
개미가 끌고 가는 나뭇잎 같은 것
시간이 목숨인 배달 전쟁
개미 형제처럼 택배기사는
자신의 그림자 볼 수 없었네.
♨ 소식받기 ▷ Artist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