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나의 금낭화 이진섭

그대 나의 금낭화 이진섭
그대 나의 금낭화 이진섭


그대 나의 금낭화 이진섭

기다림 끝에 한달음 달려 오월이 오면

그대는 스친 바람의 동반자로

난 따스함에 흔들리는 잎새로

혹여 짧은 계절의 늦둥이가 맞을 게야.

갓 태어나 부랴부랴 눈을 떠본 세상은

멈출 수 없는 시간 앞에서

뜨거운 햇살 종아리 매 맞아가며

멀고 험한 길을 가야 했던 숙명이런가!

담홍색 불그스레 물든 주머니 차고

지긋이 눈 감아 걷는 여정에 올라

화관을 둘러멘 부푼 꿈은 주렁주렁

고개 숙인 바람에 심장은 흔들흔들,

엷어진 꽃받침 허릿살 곧게 펴고

또다시 예정된 그날이 되어

내게 다가와 마주할 때까지

눈은 철새로 가슴은 돌이 되어 살아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