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빠진날 박기준

귀빠진날 박기준
귀빠진날 박기준


귀빠진날 박기준

피골이 어수룩한 놈이 세상과 조우한 날

정월 대보름 달

꽉 찬 뱃살 슬그머니 숨겨 갈 즈음인데

눈썹 달로 시작하여 만달 될 때까지 뜨고 질 때

갈피의 틈바구니 감금의 쳇바퀴에 올라타

돌고 또 돌고 서럽게 자빠져도

겁의 천지로 논한다면 찰라 정도일 뿐

가소롭게 여겼던

스물넷 절기와 마디마디의 이음도

쉽지 않은 고난으로 남아 있는 거지

역경의 살얼음판 위를 걸으며 가슴 졸이고

깊숙이 빠져가는 어둠의 늪에서 헤매이지만

삼라만상은 무량하게 잘도 흥얼거리고

지구별의 짧다 하기엔 머나먼 여로

막장의 이별 노래는 언제 불러야 하는지

그것 또한 헤아릴 수 없으니

내 어찌 한 겁의 하늘 아래에서

티 없는 영혼으로 머물다

한 줌의 뽀얀 재 되어 돌아가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