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서 정선호

고백서 정선호
고백서 정선호


고백서 정선호

1

풍파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충만했던 시절

세상 물정을 하나도 모르면서 그저

맨땅에 헤딩을 하면 땅이 열릴 것 같은 객기로 나만 바라보는 눈망울을 외면한 채 철밥통에 몹쓸 놈을 가득 채워 던져버렸다

2

배운 것은 아이들 가르치는 것

아는 것은 거짓말을 하면 안 되는 것

가진 것은 건강한 몸뚱어리뿐

살아야지 하는 일념으로 무엇이든 열심히 하면 알아줄 날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품고 살았다

3

낡은 지갑 속에 딸랑 만 원짜리 한 장이 숨 쉬고 있을 때 끈을 놓고 싶은 마음을 멈추게 한 것은 모순이지만 너덜너덜 다 떨어진 그나마 걸레 같은 자만심이었다

4

고욤 일흔이 감 하나만 못하다는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지지리 궁상은 떨지 말아야 할 자만심을 밀려오는 모래알과 떨어지는 낙엽에

실어 보낸다

5

지금은 자만심을 버리고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시를 공부하며 살아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