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느티나무 김기철
죄다 떠난 공허한 나뭇가지에
애처롭게 매어달린 잎새처럼
나도
시린 겨울 들판에 홀로 서 있다
이따금 옛적 동무들처럼
먼 데 바람이 소리 내어 부르면
옛적 그 꼬맹이 되어
짐짓 바람이 이끄는 대로
온 산내들 쏘다니다가
대문 밖 서성이는 누이 손 잡고
저녁상 물린 부엌으로 갈 테다
칼바람에 갈숲이 슬피 울어도
북풍한설 산내들 휘몰아쳐도
삼동 어찌 견뎌내야 하는 건지
얼음장 밑 겨울 물고기들에게
꼬치꼬치 캐묻지 않을 테다
칼바람 이는 얼음강 가는 들머리
홀로 서 있는 겨울 느티나무에게
너는 왜 혼자이냐고 묻지 않을 테다
추녀 매어달린 성긴 고드름
이른 봄볕에 추적일 때까지
하냥 기다리는 느티나무처럼
나도
등 시린 어둠 창가에 기대어
남녘 그 바람 가만 기다릴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