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나무

겨울 나무
겨울 나무


겨울 나무

그냥 혼자 서 있고 싶다.

모두 떠나버린 텅빈자리

혼자남아서 떠도는 바람의

손을 잡아 주고싶다.

하늘 우러러

이빨 시린 조각달 어루만지며

부끄럽게 살아 온 날들

앙금처럼 가라앉은 가슴을 열면

눈 발되어 떠다니는 꿈의 잔재들

하얗게 부서지는 소리.

일상의 욕망이

깃발처럼 나부끼는 큰길 모퉁이

혼자 버려진 외로움에

참새 한 마리.

흔들고 가는 바람결에도

가슴을 떠는 겨울나무

이 겨울

혼자만 살아 눈뜨는 마음

허허로운 바람에 실어 보내고

그냥 혼자 서 있고 싶다

침묵하고 싶다.

-관허 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