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나무
그냥 혼자 서 있고 싶다.
모두 떠나버린 텅빈자리
혼자남아서 떠도는 바람의
손을 잡아 주고싶다.
하늘 우러러
이빨 시린 조각달 어루만지며
부끄럽게 살아 온 날들
앙금처럼 가라앉은 가슴을 열면
눈 발되어 떠다니는 꿈의 잔재들
하얗게 부서지는 소리.
일상의 욕망이
깃발처럼 나부끼는 큰길 모퉁이
혼자 버려진 외로움에
참새 한 마리.
흔들고 가는 바람결에도
가슴을 떠는 겨울나무
이 겨울
혼자만 살아 눈뜨는 마음
허허로운 바람에 실어 보내고
그냥 혼자 서 있고 싶다
침묵하고 싶다.
-관허 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