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나리 처녀 김기철
꿈에 본 내 고향
앵두나무 우물가 개나리 처녀
담장 너머 순이네
세월 볕에 마른 엄벙진 물독
여태도록 누굴 기다리나
앵두나무 우물가
누이와 순이
동이 인 채 조잘조잘
햇살에 반짝이는 살가운 얘기
동이 질름이는 물 연신 훔치며
이른 아침 골목길 오가던 순이
그 많던 개나리 처녀
지금 어느 하늘 아래 있나
뒤안 감나무 까아만 홍시 몇
무슨 미련 그리 많아
쉬이 손 놓지 못하고
여태도록 누굴 기다리나
여느 꼭두 아침
할머니랑 동그마니 마주앉아
무소식 실갱이 하던 까막까치
지금 어느 하늘 아래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