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투화 안귀숙
가을의 꼬투리 늦은 저녁때
내 마음 속 먹구름도 낮게 깔리고
짧은 날의 가을비 마냥 내리고
산색 山色 또한 저 홀로 깊어지면
먼 길을 걸어가는 이방인의 길은 저물고
꽃잎 속을 건너서 걸어오는 그리움같이
가을 강의 짙푸른 하늘 속으로
저 홀로 찿아왔다
저 홀로 떠나가는
사랑은 한갓 떠돌이별의 비유일 뿐
별 같은 너와 나
눈물어린 눈으로 기르던 꽃밭 속
그대 발등 위에
내 사랑 슬퍼 울었다
날 저무는 하늘가에 오늘도
잃어버린 심사처럼 별꽃이 핀다
멀잖아 까마득한 별이 쓸리고
이 밤이 지새면
바람결에 시달리던 꽃도 지리니
사람들은 저마다 제 갈길로 돌아가고
흩어진 풀씨들은 제가끔
제 터에 한 가지 사랑으로 피어나겠지
슬픔에 젖어
머언 산 바라던 젊은 이들은 어디로 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