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배웅 박명숙
아침잠을 깨우는
싸리 빗자루 소리는
가을의 먼 길 떠나는 소리
한 시절이 헐벗고 휑하다
모든 허물과 욕심도 가져가라
새 삶, 새 마음으로
고요한 아름다움이
떠나는 가을과
다가오는 겨울 앞에 맹세한
약속 하나 꿈을 꾸며 이루리
오색 빛 가을이
시퍼런 하늘을 품고
마지막 만추의 호수를 건넌다
맞이할 엄동설한
한 줌의 겨울빛을 마시며
따뜻한 바람을 안으로 품어
다시, 푸르리니
떠나는 가을
앙상해진 뜰을 눈바래고
다시 돌아오는 길이
더욱 아름답기를
마지막 잎새에 간절한 기도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