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내리면 백승운
끝나지 않을 것 같든 여름이
긴 장마와 같이
땅으로 하늘로 사라진 자리
고추잠자리 하늘가에서
왔다 갔다 하더니만
하늘 높아지고 맑아져
매미 소리 풀벌레 소리로
맹렬함이 아닌 스며들듯
가슴에 안겨 울어대고
가을은 높은 하늘에서
이슬비 내리듯 스르르
대지 위로 주문을 거는 한마디
“사랑할지어다”
마음에 가을이 담뿍 내려
살며시 일어나는 회춘의 열기에
발갛게 달아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