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살갑다 박명숙
시련 속에 가까스로 피워낸
여린 꽃잎이 마른 잎 촉촉이
단비를 마신다
웃는 것밖에 모르는 들꽃의 미소
찬 서리 맞으며 서늘한 바람에
향기를 내지른다
동그마니 숨어 울던 나에게
매양 살가운 위로로 감싸며
맑은 눈빛, 향기로운 마음으로
널 보며 활짝 웃는다
뒤돌아보니 사무친 그리움이
내 안에 켜켜이 쌓이고
시나브로 한잎 두잎
가을이 떠나고 나서야
내 그리움은 또다시
다른 계절을 움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