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조각들 안귀숙

가을의 조각들 안귀숙
가을의 조각들 안귀숙


가을의 조각들 안귀숙

예쁘게 곱게 물든

나뭇잎 한장 줏어들고

그리운 이름을 적어

비밀스런 책 갈피에

감춰 두었다

푸른 빛을 품고 온

봄 향을 따라

신록의 열풍으로 익어가던

여름을 만났고

바스락 사그락 소리에

가을이 영글어 가고 있음을

가을 숲은 가까이

나무가지 끝에 걸터앉았다

계절이 바뀌고

내 모습도 변해

탈색되어 감을

서로 닮아 있고

숲에서 만난 그들의

가을 조각들은

그리운 어머니 품처럼

아름다움을 지닌 그 자태

날개에서 바람이 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