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길목 최정민
지나가 버린 약속 하나가
당신과 나 사이에
온종일 비가 되어 내립니다
손톱 밑, 낮달 지운 한세월이
내 마음에 유유히 물이듯 흐르고
쌓인 생각만큼 두터워 짓누르는 삶에 무게가
녹슨 문고리에 걸려 무겁습니다
두드려 비움으로
더 맑아지는 목어처럼
나직이 흐느끼는 빗소리가 한기로 파고드는
이별의 시간은 더 멀어
남겨놓은 빈 둥지에
오래된 약속들이 통점 되어 아쉬워 돌아본 길
정녕, 당신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