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가 내린다 김성수
비가 내린다
두드리는 빗소리에
잠이 깨이고
노숙자처럼
엉거주춤 초라하게
밖을 나가본다
앞산 솔밭 사이로
누가 보인다
누가 비 맞고 서있나
바둥대며 매달린
눈곱을 추락시키고
다시 본다
그런데 아무것도
없다
매달린 눈곱이
앞을 가려 헛것이
보였나 보다
참
아름답다
비 맞은 산천이
머지않아 저들도
옷을 벗으려
하겠지
벗지 말았으면
좋겠다
비가 내린다
가을비가
빗속에 네가 보였다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