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걷이 문영길
부지런함 하나만 앞세운 일상에서
희망의 낟알 주워도
우듬지에 까치밥 남겨두는 여유는
가난한 사랑의 동병상련이다
인생살이 매운맛 대신하여 삭이며
가을볕 품는 고추 붉고
종아리 걷은 참깻단 나란히 서서
차례를 미루는 매질이다
헤프지 말고 야무져지라며
꽁꽁 동여맨 김장배추
고갱이 튼실하게 여물었으니
겨울 너끈히 넘기겠다
제 무게가 겨운 누런 호박
늙은 촌부의 마음인 양
담장 위에 올라선 덩치 큰 외로움
신작로 바라보며 가을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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