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참으로 영광스레 이 해가 오고 또 가는구나!
밝은 하늘과 구름 없는 날들의 그 아름다운 전조(前兆)를,
봄의 새싹들은 삶의 새로움을 즐기고
지상의 장식은 번져 나간다.
그리고 은빛 구름옷이 가을 태양
위로 내려오고, 엄숙한 기쁨 더불어
묵은 해가 빛나는 유산
황금색 과일들을 거둘 때
화려 우미(華麗優美) 충만하고 찬란한 풍경
우거진 수풀의 달콤한 풍요를
이제 들이마시는 아름다운 정기(精氣)
그 정기는 갖가지 색깔로 가득 찬 유리잔을 기울여
가을 숲에 새로운 영광을 붓고
기둥구름을 따뜻한 햇빛에 적신다.
산 위의 아침은 여름새처럼
자줏빛 날개를 들어 올리고 골짜기에서는
달고 뜨거운 구혼자, 부드러운 바람이
얼굴 붉힌 이파리에 입맟추고
진한 선홍색의 물푸레나무와 은빛 너도밤나무, 잎 노란 단풍나무로 들어 찬
조용한 숲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가을이
피로한 늙은이처럼 지친 길가에
앉아 있는 그곳에서, 나무 틈새로
황금빛 로빈새가 움직인다. 자줏빛 참새,
들딸기와 붉은 삼나무에서 자라는 겨울새가
애처로이 휘파람 불며 와서
개암나무를 쪼아대고 농가 지붕에서
지저귀는 파랑새의 높은 노랫소리,
그리고 때로는 유쾌히 반복하는 손놀림으로
타작마당에서 들려오는 부지런한 도리깨질 소리.
오, 이 세계가
뜨거운 가슴으로 밝고 영광스런
하늘로 걸어나와 맡은 일을 잘 수행하고
나날을 잘 지내는 자에게 주는 참된 영광이여!
그에게는 바람이, 그렇다, 그리고 노란 잎들이
소리를 내어 그에게 유창한 가르침을 준다.
그는 들으리니 죽음이 모두에게
들려준 엄숙한 송가(頌歌)를, 그리하여
눈물 없이 그의 긴 안식처로 가리니.
-헨리 워즈워스 롱펠로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