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에다 쓰는 정상화
포슬 한 흙에다 상추 씨앗으로
詩를 쓴다
알싸한 시어
적당한 행갈이
호미로 여백을 만든다
가장 진실한 가슴으로 물을 만난
벼이삭의 춤사위
메마른 비탈에 꼿꼿한 자존으로 쓴
보리이삭의 까칠함
적당한 사랑을 품고 마늘 고추 무
배추 파 수박 토마토 오이…
개성을 존중한 차별 없는 詩를 쏟아
낸다
바람 햇살 등에 업고
함께 살아오면서 단 한 번 미워하지 않았던 흙의 가슴
매일 안아도 새로운 사랑이 솟는다
죽으면 돌아갈 고향
배내천 흐르는 양지바른 언덕에
묻혔어도
붉은 한 송이 나리꽃으로 피어나 詩를 쓰리니
죽지 않는 흙이 쓴 詩를 읽고 미소로 답해준다면
농부의 삶 결코 헛되지 않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