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팔십아홉 번째 생신 나영민
당신을 위한 생일날
미역국을 끓이고 생선을 굽고
나물를 볶고 잡채를 한 접시 듬뿍
담아놓고 단둘이 마주하는 상을 차렸다
당신 생일인지도
모르고 받는 생일상
무슨 날인지 의아해하시니
맛있게 드시고 힘내시라는 애정
구운 생선을 발라주며 웃어 보였다
이만큼 살았으니
많이도 살았다며 말마다
얼른 죽어야 하는데 되뇌는 넋두리
그 심정 누구보다도 이해하는 건
나 또한 밟아가는 길
여자의 일생을 생각해보면
측은한 마음이 앞서니 생이란
정답이 없다는 것이다
특별한 인연으로
엮어진 고부간 사이는
앞으로 함께 할 날 깨알 같아
웃으며 살고픈 오직 한마음뿐
더 이상 무슨 욕심을 얹으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