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 나영민
누런 황금벌판
메뚜기 한철이라는
배부른 계절이 돌아왔다
태풍에도 이겨내고
온갖 병치레도 겪었으니
가을의 끝머리가 대견스럽다
다문다문
눈에 보이는 피를 뽑고
가둔 물을 빼고 흙을 바짝 말려
몇 시간
콤바인이 진입하여
베어지고 탈곡해지는 편한 세상
애 터지게
허리 굽힌 논바닥
온 식구 거느려 벼를 베었던 시절
단을 묶고 나르고
60촉 전구를 밝혀 밤새
탈곡기를 밟았던 고단함의 무게
방앗간
기계 소리 우렁찼던
그 웅장함에 귀가 먹먹했었지
하얀 쌀밥을
목구멍에 넘기기도 송구했던
유년 시절이 필름으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