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모르는 꽃 이정민

철모르는 꽃 이정민
철모르는 꽃 이정민


철모르는 꽃 이정민

춘삼월, 봄이라고는 하나

아직은 겨울의 입김이 남았는데

겁 없이 피어

파리하게 떨고 있는 너를 보니

옛날 생각이 절로 난다

달력에 그림이

아지랑이 봄이라고

“얘야 그러면 고뿔 든다”

어머니의 걱정을 뒤로 한 채

미니스커트에 꽃잎 블라우스

한껏 봄바람 날리다가

영동할매의 호된 시샘에

끙끙 앓았던 적이 있었지

봄 같았던 나이는 꿈이었던가

마른 가지에 물오르는 봄이 와도

겨울 외투 여미고 있으니

천지 분간 못 하던 그 시절

철없던 꽃의 용기가 피식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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