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화의 세월은 가고 이진섭

천년화의 세월은 가고 이진섭
천년화의 세월은 가고 이진섭


천년화의 세월은 가고 이진섭

홀로 가는 외길에 두려움이 있으리오!

그토록 물어봐도 길이 없었고

끝없이 헤매어도 손잡은 이가 하나 없었다.

반짝이는 눈빛마저 얼어붙게 해도

뭉그러진 고목의 껍질을 벗기면 벗길수록

숨겨진 비밀이 초연의 삶이었던가.

뚜두둑 뚜두둑 쏟아지는 빗방울에

채워지지 않는 생을 목축이고

서늘한 바다를 걷다 포근한 눈밭을 뛰어도

온몸에 묻어버린 비린내 허물들은

덮을 수도 감출 수도 없는 허울이라지만

그저 지난 세월에 스친 아픔이 아니겠는가.

한 박자 쉬어가는 너털웃음 지으며

쌓이고 쌓인 구정물 모두 버리고

가시 없는 한 송이 꽃이 되고픈 소망뿐!

노오란 입술 소슬비 물든 머릿결이

“,

파란만장한 세월을 동반한 얼굴이었나

일백 년 살아보고 구백 년 혼백으로 남으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