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막 김수용

적막 김수용
적막 김수용


적막 김수용

주인 없는 산사에

풍경소리 너울대고

개여울 갈대밭에

두견새 슬피 우는데

솔숲 가지 위에

하얀 달 걸칠 때면

이른 새벽 적막함이

고독을 외면한다

흘러간 강물처럼

돌아앉은 연민

빛바랜 나뭇잎에

살포시 실어 보내니

나목(裸木)은 생기를 잃고

마침내

속살마저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