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저 나무 김기철
이제 잎새 무성했던 지난 여름은 잊자
온몸 매섭게 휘감아 도는 인동의 시간
삭풍 한설에 휘어져 몇 부러지는 삼동
그 아린 상처, 그 아픈 속내 깊이 감추고
겨우내 한 호흡 한동안 멈추었다가
봄 한철 힘껏 싹 틔우는 나무로 태어나
삶이 힘겨운 이들에게 쉼터가 되어 주고
더러더러 속내 모를 발길질도 받아 주고
난데없이 부둥켜안고 우는 이들을 위해
태연자약 서 있어 주는 나무로 남아 있자
마을의 모든 빛깔들이 다 변해도
“
산내들 피고 지는 야생화같이
“,
오직 변하지 않는 속없는 한 그루
누군가에게 그리움으로 다가가는
“
저어기 저 나무로 꿋꿋하게 서 있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