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잠자리 김순옥
너는 풍경을
잔치로 만들었다
하얀 빨래 마당에서 펄럭이면
차일 밑에 잔칫날처럼
넘나들었다
빨간 고추 멍석 위에서 몸을 말리면
비단 날개 부채 펴고
하늘과 땅 사이 풍년의 완성을
빙빙 축복으로 호응했다
무엇보다
산에서 들에서 즐거웠던 학동 시절
내 어린 심상의 여름방학 희열도
몸짓해 주어서
이 세상 소풍 마치고 가는 날에는
네가 있어
너와 함께 머물렀던 이 세상 풍경이
잔치였노라 말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