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꽃다발 이진섭

작은 꽃다발 이진섭
작은 꽃다발 이진섭


작은 꽃다발 이진섭

옴짝달싹 움직일 수 없기에

배배꼬인 실타래 하나로

오직 그대에게만 건네야 할

마음의 순결을 간직하고 있었죠.

때로는 다소 곧 앉아 고개 숙이고

때로는 다리 펴 누워 그댈 보기에

두 어깨가 무거워지도록

심어놓은 새파란 씨앗은

너른 햇살 받으며 쌓여만 가는데,

갑작스레 뚝 떨어진

말 없는 빗방울 소리의 다가옴이

혹여나,

멀어진 꽃잎 하나쯤

이별 뒤의 해후되어

그대 하얀 손등에 올라타려 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