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갈치시장에서 서형오

자갈치시장에서 서형오
자갈치시장에서 서형오


자갈치시장에서 서형오

바닷물이

수억만 번도 넘게

대패질을 한

자갈밭 자리에 왔다

자갈치시장

사람들은 저마다

해풍과 햇볕에 널려서

짭조름히 간이 올랐다

줄금이 숱하게 터진

도마 위에는

물 숲에서 뭍으로

적선을 하러 나온 생선이

배가 도드라지게 누웠고

식당 주인이 뚝뚝이

비늘을 벗겼다

저 비린 것에게도

먼먼 조상이 있어서

바다는

해달별 아래에

편편히 앉아

곤한 날은 껌벅이기도 하면서

한 땀 한 땀

비늘 옷을 지었겠다는 생각이 돋았고

저것도 조상을 따라

선한 사람이 차린

옹골진 밥상 위에

모로 누워서

젓가락을 받아들이는 것이라는 생각이

느릿느릿

그 뒤를 따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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