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떠난 후 김수용
촉촉이 젖은 창가에
홀로 앉아서
한 잔의 커피를 마주한다
임 떠난 후
창살을 타고 흐르던 빗줄기는
잠시 숨을 멈추었고
화사했던 꽃잎마저 떠나버렸다
비가 내리고 꽃이 떨어지니
텅 빈 가슴엔 그리움만
차곡차곡 쌓여가고
눅눅한 방 한구석엔
고독만이 흐를고 있을 뿐
어디에도 그대는 없다
임 떠난 쓸쓸한 거리에
꽃이 떨어지고
거친 바람이 얼굴을 스친다
흩어지는 가로등 불빛 아래
또다시 비가 내린다
싸늘히 식어버린 커피가
오늘은 왠지 낯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