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끼 이진섭
가을 하늘 부둥켜안고
밥상 위에 놓인 사십 첩 반상에
밥숟가락 하나 얹어도
흔적의 뒤태를 찾을 길 없어
흐르는 냇물에 밥을 말아 비쳐보았다.
냉랭한 가슴은 뿌리를 드러내고
메마른 가지는 화로가 되어
못나게 타들어 가도록
쓸데없는 고집의 말로는
둥둥 떠돌이 외기러기를 만들었지.
때묻지 않은 차가운 이파리에
푸른 잎 기대어 기생하는데
꽃이 아니면 어떻고
나무가 아니면 어떠리!
귀퉁이에 솔솔 태어나 살아가면 그뿐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