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끼 이진섭

이끼 이진섭
이끼 이진섭


이끼 이진섭

가을 하늘 부둥켜안고

밥상 위에 놓인 사십 첩 반상에

밥숟가락 하나 얹어도

흔적의 뒤태를 찾을 길 없어

흐르는 냇물에 밥을 말아 비쳐보았다.

냉랭한 가슴은 뿌리를 드러내고

메마른 가지는 화로가 되어

못나게 타들어 가도록

쓸데없는 고집의 말로는

둥둥 떠돌이 외기러기를 만들었지.

때묻지 않은 차가운 이파리에

푸른 잎 기대어 기생하는데

꽃이 아니면 어떻고

나무가 아니면 어떠리!

귀퉁이에 솔솔 태어나 살아가면 그뿐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