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 김순옥

우화 김순옥
우화 김순옥


우화 김순옥

벌집 같은 병동 시스템

침대 하나에 빈사한

애벌레가 되어

그래도 우화를 꿈꾸며

해 뜨는 아침이면

로비창밖 저 멀리 능선 너머

수풀 향긋하고 햇살 따스한곳

나물먹고 물 마시는

고향 언저리 어디쯤

노랑나비 되어 날아갈까

부전나비 되어 날아갈까

비오는 날은

물안개 자욱한 빌딩의 모서리들을

한 마리 문어가 되어

한 마리 오징어가 되어

거칠것 없이

활개치고 유영하며

의지를 불태웠는데

그날밤 그렇게 숨을 고르며

중환자실로 내려갔던

옆자리 젊은 새댁

그가 꿈꾸던 우화와

내가 꿈꾸는 우화는 다른 것이었는지

아이 둘을 남겨놓고

산능선 눈부신 흰구름 위로

우화등선 羽化登선 훨훨 날아갔다

그날은 신이 원망스러워

말 문이 닫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