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날의 꿈 박명숙
주룩주룩
비만 내렸던 것 같다
마음에 흐르는 눈물도 많았다
해바라기의 눈물도 보았다
눅눅하고 불쾌지수가 높았던
여름밤의 악몽
모퉁이마다 괴물 같은 장마가
훑고 간 삶의 터를 짓밟아 놓고
상처투성인 우리는 또
잡초처럼 일어선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매미의 사랑은 쟁쟁거리며
도심 속에서 아우성치고
여름의 끝자락에
살아있는 것들의 희망이
꿈꾸기 시작하면
의지하고 기댈 수 있는
사랑의 힘으로 일으켜 세우고
또, 그렇게 남은 계절을 건너며
상처 위에 딱딱해진 딱지는
떨어져 새살이 돋아 아물고
삶의 의미를 한 자락 배울 때쯤
여름날의 꿈은 저물고
시나브로 가을바람의 기척에
향기가 번지고 부푼 희망의
씨앗을 맺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