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봄 윤기환

엄마의 봄 윤기환
엄마의 봄 윤기환


엄마의 봄 윤기환

여기저기 싸질러놓은 봄바람 때문에 단 하루라도 편할 날이 없다는 엄마의 봄

집 하나사달라고 맨날 맨날 악을 쓰고 울어대는 뻐꾸기

누구를 닮았는지 툭하면 집을 나가 씨를 퍼트리는 민들레

욕심은 또 얼마나 많은지 아직까지 빈 땅은 많단다

졸졸졸 노래를 부르던 앞개울은 강물을 따라가더니 죽었는지 살았는지 소식조차 없다

그 나물에 그 밥인데 딸년들이라고 별 수 있겠는가

어미를 닮아 미인이라던 목련 지난밤 비바람에 툭툭 떨어져 어미 가슴에 멍울 지게 하더니

담벼락 위에 선머슴처럼 걸터앉아 깔깔 웃고 있는 장미, 자기가 무슨 5월의 여왕이란다

연지 곤지 찍어 바르고 유혹하는 것도 모자라 감춰둔 가시로 위협까지 한다

그래도 우리 집 대덜 보는 역시 미루나무다 순둥순둥 자라서 얼마나 이쁘던지, 그런데 이놈이 요즘 꼭대기에다 까치집 지어놓고 온종일 먼 산만 바라보고 있으니 이제는 속이 타고 타서 먼지만 남았다

화려함 속에 감춰진 엄마의 봄

참나무에 붙어 분탕질이던 봄바람 지금은 청보리밭에 일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