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가을 박명숙
곱고 향기로운
가을빛이 사라져 가고
을씨년스런 겨울 문 앞에 있으니
뇌리를 스치는 입관이라는 단어가
심경에 그만 울컥하고
천년만년 살 것처럼
아등바등 살아온 당신의 세월
빈손으로 가는 이 계절을
건너야만 그리움도 떠나겠지
정갈하게 차려입고
주무시듯 곁을
홀연히 떠나시던 날 기억하며
마음의 상흔에 내려앉은
이 가을을
또 보낼 준비를 합니다
꽃등 환히 밝혀 두고
아름답고 빛고운 가을을
애절하고 절절한 계절을
다시 돌아올 날엔
아픔보다 추억하는 그리움만
쌓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