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스름한 저녁에 그녀가 온다 김경림
어둑해지는 저녁
안개가 깔리면
망토를 두른 사람이 똑똑 소리를 내면서 온다
허파를 들어내고 있던 세상에
갈비뼈 같은 그가 소리를 내면서 온다
논두렁도 아니고 기찻길도 멀었는데
기적소리가 울리면
떠났던 사람이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동네 어귀로 들어온다
떨리는 심장소리
소 울음소리
여물 끓이는 하얀 연기가 안갯속에 묻혀가는 저녁
나뭇잎 밟는 소리가 정겹게 들리고
저녁을 짓는 손이 빨라지네
기다리지 않아도 올 사람은 오고
떠날사람은 냉정하게 떠난다
달빛이 환하게 앞마당을 들여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