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증의 그림자 나영민

애증의 그림자 나영민
애증의 그림자 나영민


애증의 그림자 나영민

가느다란 줄기

하늘하늘 바람결에

흔들림 없이 꿋꿋한 꽃무릇

펼쳐 놓은 사연은

알고 보면 우물에 퍼 올린

두레박에 담긴 깊은 물 같았다

좋으면 좋은 데로

아프면 아픈 데로

각자 짊어지고 가야 할 무게

조금씩 덜어내고

서서히 삭이다 보면

인생살이 홀가분해질 텐데

뉘엿뉘엿

해가 저물 때 가슴에

밀려드는 사금파리 조각들

깊은 상처는

꾸덕꾸덕 아물어 들어

흉터는 세월에 흐릿해지고

서산에 깔린 노을같이 물들 여생

붉디붉은

무리 진 꽃무릇 앞에

들춰 본 가슴 깊이 새긴 아픔

공감해 가는 치유의 시간에 물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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