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속 마음 김정호
지게 위 잠든 교복 빼꼼히 눈을 뜨면
아버지의 미소가 대문짝만하다.
연못의 아침은 요란하다.
후드득 피어나는 연꽃 사이로 비가 내린다.
푸른 혈관의 연잎 위로 욕심이 내려앉는다.
연잎은 하늘이 쏘아대는 욕심의 화살을 비움의 지혜로 다스린다.
푸른 보자기는 침으로 찌르는 가난의 아픔을 안고
지게 위 알곡을 지고 5일 장터를 찾는다.
아버지의 속 마음은 자신을 비울 줄 아는 연잎이다.
지게 위 교복을 슬며시 건네는 눈가에 연잎의 속마음이 스미고 있다.
입춘대길이 행서체로 대문에 서서 연잎을 반긴다.
슬며시 건넨 교복엔 얼마나 피우고 싶던 연꽃이 서려 있을까요?
진흙 속 어둠의 가정에서 더 넓은 세상으로
자식 꽃피우기 위해 연잎은 연꽃 사이로 내리는 비를 비우고 또, 비운다.
은혜와 사랑을 가난 속에서 부유한 마음으로 나한테 주었지만
은혜와 사랑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사랑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