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국의 독백 이둘임
나도 흔들리며 피어났어요
제자리걸음으로 몇 번의 계절을 밀어내고
마침내 당신과 마주해요
머리 위로 쏟아지는 태양과 지나가는
비가 나를 키웠는지 몰라요
꽁꽁 언 화단을 상상해 보아요
누가 나를 기억이나 했을까요
봄에 희망을 노래하고 여름 문턱까지 헉헉대다가
잃어버린 표정들이 꽃을 피웠어요
이곳 구석진 화단에도 싱싱한 소음은 찾아와요
우와 꽃이 예쁘다!
아이들이 환호하네요
감탄사에 붙은 느낌표에
제 키가 훌쩍 자랐어요
진실한 마음*은 좋은 거름이지요
비 맞는 내 모습 처량하게 여기지 말아요
물을 좋아해서 수국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