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을 낚다 김지희
바람이 지나갔나
소나기가 지나갔나
홍수가 지나갔나
알알이 엮어진
세월은 엮어진 울타리
사이사이 빠져나가고
밤하늘에 떠 있는
애꿎은 달님에게
소원도 빌어보고
부모 자식의 인연의
끈을 잡고 세상 밖이
뭔지도 모른 채 나와보니
가고 있는 그 길은
삼켜버린 세월의 눈물
누군가와 인연을 맺고
그 인연 또 한 번
지나가는 눈물이 삼켜버린
세월이었으니
어느새 여기까지 온 중년의
뜨락엔 나의 손을 잡고
세상 밖으로 피어난 꽃 두송이
참 이쁘기도 하지
지금 나의 뜨락엔
홍수 지나고 태풍 지난
편안한 안식처
밤엔 창으로 들어온
별들의 속삭임
낮이면 태양이 들어와
강렬한 포옹을 해주는
나의 지상낙원
나 이곳에서 아직 다
피지 못한 우아한
꽃으로 남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