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물놀이 박경수
둥둥둥 두두둥둥
깨개깽 깨개깽깽
침묵의 들을 건너
까마득히 들려오는
신명나는 풍물소리
여린 봄의 몸부림인가
천둥같은 울음인가
차마 삭이지 못한 설움이
어절씨구 장구 장단에 맞춰
한줄기 시원한 소낙비로 내리니
흙먼지 날리던 빈 대지 위로
오랜 침묵을 지나 먼길 달려왔을
숱한 전설들이 고개를 들고
떨구어내지 못한
미련들은
둥둥둥 북소리 몰아치니
구름이 비껴가듯
비로소 묵은 짐을 벗고
새털처럼 가벼워라
바야흐로 시절이 삼월이니
빈 가지 흔들어대던 센 바람도
천지를 깨우는 깊은 징소리에
어서 오소 그 길을 열고
살랑살랑 산들바람
드디어 봄이 눈을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