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는 게 별거더냐 윤석진
사는 게 별거더냐
진눈깨비 맞고 봄날은 온다
시간을 빌린 계절의 연속
진달래 피는 봄마다
꽃샘바람 안고 꽃봉오리 열고 있다
시곗바늘 타고 돌아가는 길 따라
사는 게 꽃밭이라 해도
가면 오고, 오면 가는 계절 속으로
이 세상 온통 꽃길만 걸을 수 있겠는가
사는 게 별거더냐
좋은 날엔 심술부리듯 비 내리고
장마철 가뭄 들어 목말라도
눈 쌓인 고립의 길 석 달 열흘 걷고 싶다
사는 게 뭐 있더냐
술 한 잔 놓고 밤을 나눌 수 있는 사이
비우고 쉬어가면 되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