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싸움 김정숙
내키지 않았던 외출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네비게이션까지
길 찾기를 거부하여
그만 집으로 돌아와 버린 후
문 닫고 입 닫아 버렸다
아무일 없듯이 마주한 밥상
변명 아닌 변명 몇 마디 나눈 후
휴전이다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싸울 기력조차 없는걸까
숙성된 세월 탓일까
터득해 온 전술의 효과일까
예리한 칼로 헛 손질하더라도
차라리 칼로 물베기 시절이 그립다
그땐 여자였다
사랑받고 싶었던
사랑하고 싶었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