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아름다운 까닭입니다 박명숙
침묵의 시간을
잠잠히 견뎌왔기 때문이라
앙상한 가지에 여린 꽃봉오리를 보라
헛헛한 가슴에 훈훈한 바람이 일고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소망이 있기 때문이라
감각의 촉수를 세우고
살아 움직이는 봄을 가슴으로 느껴보라
꿈틀대는 그 무엇이 꽃처럼 화사하게
내 안에 피어나지 않는가
세상이 온통 꽃밭이어도
가슴에 피지 않으면
마음에 향기가 없다면
무슨 소용이라
꽃이 피고 지는 것도 한순간 이더라
놀라운 일이다
죽은 듯 앙상했던 가지에
꽃이 핀다는 것은
임이 오는 것처럼 설레는 일이다
가슴 가득 보고, 느끼고, 감동하며,
삭막한 가슴에
내 임의 속삭임을 들어 보라
가슴에 피는 꽃은 지지 않는 꽃이니
계절마다 그리움의 꽃으로 피어나리라
봄이 아름다운 까닭은
가슴마다 생기를 불어넣어
꽃을 피우고 마음에 향기를 내어주니
그때야 비로소 세상은
아름다운 봄날 이리라